누가 읽을 지 알 수 없다. 읽혀지지 않을 지도 모른다.
지나가는 바위를 누가 들어 살피지 않는다면, 있었는지도 모른 체 시간에 바스러질지 모른다.
잊혀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기억되고 싶다는 갈망. 우리가 끊임없이 생과 사 사이에서 스스로를 발전해 나가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이 너무 많다는 소리를 들었다. 친구들과 있을 때면,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지나치게 고민했고,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행동과 겉 모습들이 어떻게 비춰질지 항상 의식했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쟤는 뭐라고 생각할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아, 방금은 그렇게 말하지 말 걸"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세게 말하는 걸까"
눈치를 보지 않는 것 같은 사람들이 부러웠고, 자신있게 선택하는 사람들이 자유로워보여서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은 기억이 닿는 한, 그것은 '중학생' 때였다.
시작은 굉장히 단순했다.
<수업 중 질문에 답하고 모르는 것을 질문하기>
하지만 당시 기억으로는 손을 드는 매 순간마다 마음 속으로 자신을 매질해가며 강제로 모두의 앞에 끌어다 놓았다.
굉장히 불편했고, 피하고 싶었고, 귀찮았던 행동이었다.
대다수 한국의 학교 수업이 조용하게 듣기만 하는 식이었던 그 당시 분위기에서 눈에 띄었던 것인지, 반 친구 한 명이 나에게 질문 좀 그만하라는 식으로 강하게 말했다. 나는 내가 가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 화가 났다. 내가 마땅히 누려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을 저지당했을 때 내 안에서는 굉장한 열이 치솟았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었다.
그 친구와는 몇 일동안이나 서로 말싸움을 하다가, 싸움이 벌어졌다. 다니던 중학교에서 어머니가 선생님으로 계셨기에, 혹여 피해가 갈까 나는 주먹을 쓰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두려워서도 있었을 것이다. 다른 선생님이 와서 싸움을 말리고, 싸우게 된 과정을 전부 적어라고 했다. 그 때 아마 글을 정말 꽉꽉 채워서 제출한 것으로 기억한다. 낱낱이 나를 괴롭혔던 그 친구의 행동을 고발했다.
이후에 내가 쓴 글로 그 친구가 어떻게 벌을 받았는지 받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그 뒤로 나를 괴롭히는 친구들은 없어졌고, 싸웠던 그 친구마저도 화해하고는 인사하는 정도로 지내게 됐다.
재밌었던 것은, 그 친구가 이후에 집 열쇠를 잃어버려 곤란해하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이었는지 내가 잃어버린 집 열쇠를 찾아주려고 꽤나 열심히 도와줬던 것이다. 당시에 반항기에 성당을 잠시 안 가고 있긴 했어도,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몸소 처음 실천했던 것 같다.
기분이 굉장히 묘했었다.
결국, 그 친구의 집 열쇠는 찾지 못했지만, 그 친구는 훗날 그 날 일을 기억하면서 내게 감동했다고 들었다.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의문을 던지는 것을 참지 못했다.
'내가 받아 마땅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
'그것을 저지당하는 것에 강하게 저항하는 것'
'내가 하고자 했던 일을 스스로를 속이지 않고 책임감 있게 다 해내는 것'
예전에는 생각이 많고, 개중에는 쓸데 없는 것들도 있는 것 같아 괴로웠다. 그냥 생각없이, 내가 원하는대로 말하고, 듣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의 시선과 생각에 에너지를 많이 쓰다보니, 감정이 금방 전해져 왔다. 가족들은 울지 않는 영화 장면이나 어떤 상황에서 나는 유독 눈물을 흘리곤 했다. 흘리는 와중에도, 너무 무른 내 내면을 더 단련해야한다고 스스로 다그치기도 했다.
눈치를 많이 보다보니, 남에게 '좋은 나'를 항상 고민해서 찾으려고, 개발하려고 했다.
이제는 어느정도 남을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선 것 같다.
"남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나부터 바라는 것을 갖추고 있자"
나는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분야에 대한 천재가 아니라, '인생 천재'라는 말을 듣고 싶다. 아니, 이미 나는 '인생 천재'다.
내 삶이, 이것저것 나 자신을 고유하게 담을 수 있게, 잘 살아내고 싶다.
그것이 때로는 지루하게 늘어져 있거나, 한참을 뒤쳐져 있거나, 좌절하고 있거나, 혹은 열정을 불사르고 있거나, 내 인생을 주인공처럼 살아가고 있거나에 상관없이, 참 행복하게, 다양하게, '내 인생답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다.
무슨 소리인지 두서 없는 긴 글을 읽어주었다면,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