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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작가 작가 저_정영목 옮김 / 문학 동네 출판 / 20대 책 추천 / 고등학생 책 추천 / 인문학 책 추천/독후감, 책 후기 2021. 8. 7. 11:18반응형
안녕하세요. 파 란 소 리 입니다.
- 지은이 : 주제 사라마구
- 옮긴이 : 정영목
- 출판사 : 해냄
- 정가 : 11,000원
모두가 눈을 잃었다. 단 한 명만이 시력을 온존한 체로 펼쳐지는 추악한 인간의 민낯을 그려낸 작품.
<멀쩡한 눈은 신체의 눈인가, 마음의 눈인가.>
“원인불명의 백색 실명이 전염되는 세계를 단 한 여자만이 멀쩡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이야기.” 이 얘기는 그렇게 추릴 수 있다. 그 안에 담긴 추잡하고 가벼운 모순의 진리를 우리는 접할 수 있다. 설령 내가 눈이 안 보이면 어떻게 살아갈까. 이 얘기는 어느 한 사람도 사각(눈이 있을 때의 시각)을 벗어난 곳에서 인륜을 지키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단 한 쌍의 눈은 눈먼 이들은 모르는 인간의 이면 깊숙이 숨겨진 잔인함과 야만적인 부분을 참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수억이 될지 모르는 인간들 사이에 하나의 양심일지 모른다.
눈을 잃는다는 가정만으로 우리는 간단히도 끔찍한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우리는 시각적으로 서로에게 가장 먼저 전달되고 인식한다. 그리고 시각은 우리에게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준다. 이는 우리 삶이 시각에 얼마나 많이 의지하고 있는지도 설명한다. 당장 길을 걸어가는 행동의 제약, 몸짓과 표정을 볼 수 없는 것, 시간의 변화를 다른 감각으로 알아야 한다는 것. 책을 읽다보면, 독자 자신은 아마 자신의 눈이 멀쩡한 것에 감사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어쩌면 독자에게 이런 생각을 심게 해주는 것은 작가가 백이면 백, 의도한 것이 분명하다. 일단 책도 ‘눈’으로 읽혀지니까 말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오히려 다른 감각과 사람을 외향으로 판단(이제 더 이상 할 수 없지만)하기보다, 청각을 통한 상대의 목소리와 살에 와 닿으며 옆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촉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병의 진행기간이 상당히 지남에 따라 길거리에는 더러운 오물과 배설물들, 그것들 사이를 아무 거리낌 없이 지나다니는 동물과 사람의 무리가 있지만, 서서히 사람들은 그들이 눈을 뜨고 다녔던 예전에는 보지(알지) 못했던 것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영어에서 "I See."의 뜻은 의역하여 “알겠다.”는 뜻이 된다. 깨닫고 눈에 담은대로 의미를 알았다는 뜻이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도 서로 아무 말 없이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이해할 때도 있다. 하물며 남녀 간에 사랑에 빠졌을 때조차도 ‘눈 맞았다’고 하지 않는가! 이렇게 우리는 눈으로 ‘깨닫고, 이해하고,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작가는 왜 이런 소중한 눈을 앗아가는 소설을 씀으로써 우리를 괴로운 상상에 빠지게 하는가. 단순히 괴롭히는 데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눈 멀쩡한 이들에게 안도감을 주려는 것일까?
“눈뜬 자들이여, 그대들은 지금 눈을 뜨고 본다고 할 수 있는가?”
내 뇌에 닿은 생각은 그랬다. 작가는 결말의 직전에 모든 인물들의 눈을 뜨게 해준다. 그리고 인류의 유일무이한 눈 뜬 여자였던 그녀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했다. “왠지 눈이 멀 것 같았다... 조용히 눈을 떴을 때, 그 도시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주인공 여자는 눈을 잃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과연 눈을 뜬 인류에게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을 시야에서 다시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게 어쩌면 진정한 ‘눈먼 자들의 도시’라고 작가는 우리에게 역설하는 것은 아닐까한다.
담에봐요. 파 란 소 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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