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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의 서재> 장인순 저_책 추천 / 책 읽기 좋은 날 / 20대 책 추천 / 인문학 책 추천 / 책을 읽기 싫어하던 내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느끼다_[파란소리]독후감, 책 후기 2021. 5. 5. 20:48반응형
안녕하세요. 파 란 소 리 입니다.
- 지은이 : 장인순
- 옮긴이 : -
- 출판사 : 하늘산책
- 정가 : 19,000원
여태 한 평생 읽은 책 수가 100권이 채 안 된 나에게 처음으로 '책의 글이 말을 걸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삶을 불만족스럽고 만족스럽고를 반복하며 살고 있을 때, 또는 지금은 불행하나 나중이나 미래를 생각하며 사소하지만 기대되는 약속이나 나조차 장담할 수 없는 큰 야망이 차 있는 망상으로 행복을 꿈꿀 때.
나는 번민에 차 있었고, 어느 곳에도 조용히 앉아있지 못하는 마음으로 방황하고 있었다.
문득 '세상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책'이라고 하는, 나와는 먼 그 문화에 강제로 나를 밀어넣고 있는 요즘, 이제는 그 강제가 나를 밀지 않고 내가 들어가는지 당겨지는 지 모호할 때, 그 때 책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왔다.
책의 글씨는 가만히 있었고, 내 주변은 어지러운 소음과 사람과 일상으로 가득차 있었다.책은 내가 그 글씨를 읽어 의미를 더듬을 때까지조차도 미동하지 않았다. 글씨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 의미를 읽어 내어, 머리와 가슴으로 느낄 때 쯤에 글씨는 더 이상 멈춰있지 않고 붕 떠서는 영혼을 내미듯 내게로 들어와 살아있는 '의미'가 되었다.
나는 이런 경험을 이렇게 글로 옮길 수 있는 이 순간 이전까지는 위인들이 책이란 것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였다. 책이 그러한 속성을 사실로 가지고 있고, 또는 그러한 경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도달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고. 나도 그 대단한 위인들이 생각한 것처럼 책을 추앙할 수 있을까 불안해하기까지 했다.
탐닉하고 갈구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그 물리적인 글씨들에서 영혼을 얻어내는 이 자세와 태도까지, 우리는 책이라는 것을 진정 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삶을 살고, 자신만의 죽음을 맞는다.
나는 그 의미를 알고 한순간 '지금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일순간 '만족'으로 가득찬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면서 내 존재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노력하며 살아온 것을, '생'이라는 것을 갈구했다는 것을 '누가' 알아줄까.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내 안을 나 모르게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다가가기 전까지 아무 움직임이 없던, 그 '어떤 것'이 내게 너무 위로가 됐던 것이다.
그렇다.
글은 너무나 명확하게 그 자리에만 존재하니까. 어떠한 일이 있어도 움직이지 않는 부동의 '실재'이니까.
그런 믿음의 전제 하에 읽고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면, 아무런 '영향'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그걸 알고 나는 글을 스스로 읽어내려 할 때 거기서 얻어지던 그 생명력은, '부동'에서 '역동'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내려야할 정류장이 가까워져 책을 덮고 걸으며 생각했다.
여태 살아오면서, 사회에 발을 내딛기 직전인 지금, 이렇게 안정적인 '성공'과 '미래'를 갈망한 적이 있던가. 학창시절, 어쩌면 억지로 끌려왔었던 그 중간 중간의 지점들에서, 이렇게 길게 나를 끌고 오는 과정을 겪은 적이 없었다.
취업 준비의 과정은 조금만 나를 내려놓는 순간에, 나를 영영 잃어버릴 것 같은 불안함이 지레 들었다.
'인정'을 공인받아야하는 이 시점에서 위로받은 게 아닐까 생각했었지만, 나는 커다란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커다란 '글'의 존재, 100년 전에, 혹은 그 이전에 사람들이 일생을 살며 자신의 경험과 영혼을 담아 만든 '글'.
그것을 읽어서 도움받을 수 있는 이 상태, 나는 그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이.
그리고, 그 고된 일을 감수하고 글을 남겨준 모든 저자들에게 감사한다.
담에봐요. 파 란 소 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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