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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쓰메 소세키 작가 저_책 추천 / 유은경 옮김 / 문학동네 출판 / 20대 책 추천 / 인문학 책 추천_[파란소리]독후감, 책 후기 2021. 8. 21. 10:12반응형
안녕하세요. 파 란 소 리 입니다.
- 지은이 : 나쓰메 소세키
- 옮긴이 : 유은경 옮김
- 출판사 : 문학동네
- 정가 : 13,000원
<마음 따라 흐른 책>
보통은 책을 읽고 나면 어떤 책이었든, 최소한 한 문장 정도는 모르는 말이 있기 마련이고, 그 문장 때문에 놓친 의미들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은 모든 말의 뜻과 마음의 흐름을 쫓아갈 수 있었다. 천천히 음미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책의 86p 부분을 읽을 때 쯤, 카페에 앉아 있었는데 그 당시 여름에 읽기에 너무 딱 맞는다고 생각했다. '여름에 부는 바람 같은 글' 이라고 말이다. 치밀하기보다 풀어 놓은 대화들과 일상 속에 꽃을 만지는 섬세한 손길같은 문체들이 내 눈을 너무 잘 이끌었다.
선생님과 1, 2부의 주인공, '나' 의 성별을 내심 궁금해 하며 놓치지 않으려 읽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남성'이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여자' 가 아님에 살짝 실망을 했다가 동시에, 그리고 더 크게, ‘이성간의 욕정' 이라는 단편적인 시각으로 '나’라는 이 사람을 판단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즉, 어떤 '사람’이 순수한 ‘존경' 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것이 무어랄까 더 고상해보였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의 관계를 ‘동성애' 적 관계로 치부하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부분이라, 그리 평했던 사람이 있다는 글을 읽을 때는 꽤 놀랐다.
가끔 머무는 글에서 여러 가지를 느꼈다. 89p 부분에서는 선생님이 예상보다 실리적인 말씀을 해서 놀랐다. 그런 생각을 주인공인 ‘나' 도 했다는 것에 동감하기도 했다. 123p 부분에서는 부모님의 죽음을 상상하는 주인공을 보고, 필자라면 그 상황에서 쏟아지는 공허함을 어찌 받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내 심장을 둘로 갈라 뜨겁게 쏟아지는 피를 받아 마시려 했기-' , '흐르던 시냇물이 갑자기 바윗돌에 가로막혀 옆으로 새는 듯-' 같은 표현들은 생각지 못한 발상에 눈이 번쩍 트였다.
특히, '심장을 쪼개어 나온 피로 다른 생명이 그 붉은 생명을 잇는다.'는 느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감탄했다. 또 '나' 가 생각했던 선생님에 대한, 상황에 대한, 의문들을 자문하기도 하며 책에 깊게 빠지기 시작했다. 이런 감상만으로는 이 책의 여운을 다 풀어내어 펼칠 수 없다고 책을 덮고서 생각이 든다. 자신의 모자란 표현력이 참으로 아쉽다.
약 279p 부분. K는 ‘'나(과거 선생님)' 에게 하숙집 딸에 대한 연정을 고백하는데, 여기서 필자 또한 예전에 좋아하던 여자 애와 있었던 일이 기억이 났다. 있을 리 없던 남자친구를 "남자친구가 있다” 고 말했을 때의 느낌이 떠올랐다. 그것은 일순간 굳어버린 가슴이 제 위치에서 우산을 짚고 있던 땅바닥까지 내려간 느낌과 같았다. 모든 것이 정지했고, 겉 표현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것이 생각대로 됐는지도, 혹은 그런 생각을 할만큼의 여유도 없었다. 그 때만큼은, 땅을 떼던 다리가 움직이지 않고 소설에서 말한 '돌' 처럼 굳어버렸다. 다행히 “농담이야, 없어" 라는 말로 필자는 석화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그 때 필자는 그녀를 좋아한다고 몸의 반응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책 제목이 왜 ''마음' 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특히나 '마음' 이란 것을 보기 위해서 애쓰는 면면들을 담아서일까. 선생의 마음을 모르는 1부와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2부, 마지막 3부에서는 친구의 마음을 모르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것을 알려고 생각하는 마음들을 적어 놓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마음이 참 요동친다. 심장은 제 위치에서 뛰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담에봐요. 파 란 소 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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